포커스 그룹을 진행하다 보면 모더레이터의 개입이 최소화되면서 참여자들 간의 토론이나 상호작용이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경우입니다. 포커스 그룹의 핵심 가치가 상호작용에 있으나, 참여자들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다른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정제되지 않은 반응이나 비합리적인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모더레이터의 적절하고 균형 잡힌 개입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다 풍성한 정보를 획득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서도 모더레이터의 상호작용 유도는 꼭 필요합니다. 모더레이터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모더레이터 개입에 의한 상호작용이 필요할 때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진행은 모더레이터가 질문이나 주제를 제시하고 참여자들이 순차적 또는 자유롭게 대답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거나 숙고된 의견들을 얻기 위해 모더레이터가 질문이나 반응, 요청 등으로 참여자들의 생각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사고가 아닌 복합적, 다층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모더레이터의 상호작용 유도는 자연스러운 진행의 흐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참여자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더레이터는 참여자들의 반응과 의견 등을 세심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적절한 개입을 해야만 합니다. 모더레이터가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작용 유도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수에 의해 동일하거나 일방적인 의견만 제시될 때
특정한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 참여자 다수가 같은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다수가 ‘제품 성능’이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동일한 질문을 설문으로 정량조사를 할 경우 60~70%가 ‘제품 성능’이라고 답합니다.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입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도 동일한 의견들로 제시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관성적인 반응입니다. 참여자 입장에서 ‘나만의 특별한 요소’가 있으며, 이를 표출시키는 것이 모더레이터의 역할입니다. 모더레이터가 참여자들에게 ‘나만의 특별한 요소’를 요구하거나 자극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참여자와 사회자(모더레이터)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2. 참여자 주장이 빈약하거나 모호할 때
특정한 사안에 대해 참여자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깊이 있는 생각을 안 하고 즉발적인 반응으로 답하거나 관여도가 낮아 표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모더레이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거나 의구심을 표명함으로써 참여자의 사고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해당 참여자에게 명확한 의견을 요구할 수도 있으며, 다른 참여자들에게 질문함으로써 명확한 의견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나 원인 등 다른 요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3. 찬/반, 동의/비동의 등의 논리를 명확하게 요구할 때
소비자 조사나 사회여론조사 등 분야에 관계없이 정성조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이슈 중 하나로, 찬/반, 동의/비동의, 만족/불만족 등 태도와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에 주장의 논리를 보다 명확하게 필요로 할 때에도 모더레이터는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포커스 그룹에서는 찬/반, 동의/비동의 등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태도 형성의 원천이나 강도 등의 발견입니다. 이를 위해 심층적인 계발을 위해 모더레이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4. 연구 가설이나 대항력을 검증할 때
모더레이터는 포커스 그룹을 진행하면서도 항상 연구자의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참여자들의 의견이 연구자가 미리 설정한 가설에 반하거나 검증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연구자의 입장에서 참여자들의 의견에 도전하거나 확인해야 합니다. ‘왜 그렇지요?’, ‘정말 그런가요?’ 등 의심 반응 등을 통해 참여자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더레이터가 직접 개입할 수도 있고, 다른 참여자를 통해 간접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상호작용 활성화는 맥락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개입이 중요합니다.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모더레이터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다양하게 개입할 수 있습니다. 우선 특정한 참여자의 발언에 대해 대항하는 의견을 구할 때에는 다른 참여자들에게 다른 의견 개진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의견이나 다른 방향에서의 의견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는 다수가 특정 의견에 동의나 공감을 할 경우에는 소극적 동의자를 지목해서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참여자 다수가 피상적인 의견이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에는 모더레이터가 전반적으로 태도와 인식의 전환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또한, 개별적인 발화자 대상으로 모더레이터가 상호작용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전 발언과 사실 관계가 달라지는 점을 지적해서 명확한 의견 표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연구자의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평가나 인식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가장 좋은 방법은 참여자들이 불편함이나 이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진행의 흐름 속에서 단절감 없이 스며들도록 개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의견 요청) “OO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혹시 OO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이나 다른 의견 있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태도 또는 인식 전환 요청) “말씀 주시는 내용들이 대부분 정책 개선이나 지원에 관한 것들인데요, 혹시 이미지나 홍보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요?”
(소극적 태도자 지명) “OO님은 정수기 렌탈 비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정말 그런가요?”
(이전 발언 불일치 지적) “아까 불경기라서 긴축 많이 하신다고 했는데, 기존 제품보다 30% 비싸다면 구매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연구자 입장 설명)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이 10만 원 정도라고 봤는데, 12만 원이라도 구매 의향이 있으시네요. 정말 그럴까요?”
상호작용 유도 시 주의 사항
모더레이터가 포커스 그룹을 진행하면서 참석자들과의 상호작용은 포커스 그룹 내내 일어나는 일상적인 진행 스킬입니다. 참여자들을 자극시켜 생각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발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생각의 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더레이터의 진행 관점에서 상호작용 유도 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틀리거나 배제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요구하거나 대항 질문을 하면 일부 참여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사회자로부터 배제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틀린 의견에 대한 대체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구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위와 비슷한 관점으로 ‘그게 아니에요.’, ‘이상한데요’, ‘잘못된 것 같은데요’ 등 부정적인 표현이나 멘트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존중하는 태도와 멘트가 필요합니다. - 내용의 칭찬이 아닌 의견 제시의 칭찬 멘트
모더레이터는 의견 제시의 활성화를 위해 ‘좋은 의견입니다’, ‘잘 하셨어요.’, ‘좋습니다’ 등 칭찬하는 멘트를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멘트의 표현이 ‘제시한 의견의 내용이 좋다’는 뉘앙스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어 좋다’는 뉘앙스의 칭찬 표현이 상호작용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 강압적인 반대 의견 요구는 금물
상호작용 활성화를 위해 참여자 다수가 일방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다른 의견’, ‘반대, 비동의 의견’ 등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반대나 비동의 의견이 있다면 이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넘어 이를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느낌을 주면 안 됩니다. 참여자 모두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면 굳이 대항 질문 등 반대 의견을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