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그룹을 진행하면 참여자들은 약 2시간 동안 같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좋은 참여자’가 리쿠르팅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참여자일까요?
단지 말을 많이 하고 좌담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일까요? 연구자가 의도하거나 예상한 방향으로 응답이나 반응을 잘 표현해주는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참여자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꾸밈없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적극적으로 말을 많이 해도,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아닌 사회자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거나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참여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소 수동적이라도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질문이나 과제에 성의껏 생각한 후 답변해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참여자입니다. 필요한 정보나 반응을 이끌어내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하는 것은 참여자가 아니라 오롯이 연구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좋은 참여자’를 리쿠르팅할 때 주의하거나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입니다.
1) 기계적 판단을 넘어 총체적 판단을 해야 합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단편적 사실 정보가 아니라 맥락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심층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참여자 리쿠르팅에서도 참여 조건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체크하는 것보다, 여러 조건과 특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리조트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 중 최근 1년 간 10박 이상 이용한 heavy user’를 찾는 경우, 한 사람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연간 12박 정도를 가족 여행 목적으로 이용했다면, 다른 한 사람은 1년 전 여행사에 입사해 업무 지원 차 50박을 이용했다면, 누가 더 적합할까요? 전자의 가족 여행자가 훨씬 더 적합한 참여자입니다.
2) 의도적 참여자와 부정 참여자를 걸러야 합니다.
포커스 그룹 참여자는 일정 금액의 사례비를 받습니다. 이는 참여 유도와 보상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사례비를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거나, 참여 대상자가 아님에도 재미 삼아 참여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조건에는 부합하지만 세부 조건이나 그룹 구성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걸러내기 위해 사전 인터뷰를 체계적으로 계획해야 하며, 전문 리서치 기관에서는 블랙리스트 관리를 통해 부정 참여자를 배제하기도 합니다.
또한, 포커스 그룹 참여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관성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연구자의 의도를 미리 예측해 좌담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보통 3개월~6개월 이내 중복 참여를 제한합니다.
3) 연구자 및 의뢰자와의 관계성은 반드시 공개해야 합니다.
공공정책, 특정 분야나 대상을 논의하는 포커스 그룹에서는 제한된 집단에서 참여자를 섭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VIP 고객이나 특수 집단을 클라이언트가 1차 섭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자, 의뢰자, 진행자와 사전 관계성이 있는 참여자가 있다면, 이를 참여자와 연구팀 모두에게 사전에 명확히 공개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관계성을 숨길 경우 좌담회 진행 중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거나 좌담회 자체가 무산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룹 구성과 FGI 가이드라인 수립 단계에서 반영해야 합니다.
4) 포커스 그룹 목적과 주제를 명확히 인식시켜야 합니다.
일부 포커스 그룹에서는 참여자 모집과 진행 과정에서 토의 주제나 주관기관, 클라이언트를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고객을 대상으로 리쿠르팅하거나, 신제품 컨셉을 검증할 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보를 감추면, 참여자들의 반감이 커지고 자기검열이나 수동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포커스 그룹의 편향성과 오염을 막으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조사 윤리에 어긋나며 결과적으로 좌담회의 질도 저하됩니다.
따라서 참여자들에게 좌담회 목적과 주제, 참여자 조건, 의뢰자 또는 연구자 등에 대해 정확하고 정직하게 안내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