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살펴본 소극적 참여자와는 정반대로 ‘빅 마우스(Big mouth)’ 참여자 문제도 있습니다. 빅 마우스 참여자는 발언이 지나치게 길거나 잦고, 다른 참여자들의 의견 개진을 방해하는 유형의 참여자를 뜻합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토론을 주도하거나, 때로는 자신의 의견만 강조하며 포커스 그룹의 분위기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모더레이터는 이런 참여자를 적절하게 제어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적극적이고 관여도가 높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닙니다.
포커스 그룹의 본질을 본다면 모더레이터는 포커스 그룹 참여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높은 관여도를 유지하도록 관여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극성과 관여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면 오히려 포커스 그룹의 분위기를 해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들의 균형 잡힌 정보 획득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자신이 의견을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포커스 그룹의 분위기를 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일상 포커스 그룹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주로 나타나는 빅 마우스 참여자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언부언하며 시간을 과도하게 점유하는 경우
일반인 포커스 그룹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빅 마우스라고 하기보다는 ‘타임 이터(Time eater)’라고 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환경이나 상황 등을 과도하게 말하려는 참여자들입니다. 다른 참여자들이 발언할 시간이 줄어들거나 집중도를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고령자나 학력 수준이 낮은 참여자들 층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2) 단정하거나 전제하는 경우
같은 그룹 내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강하게 제시하는 참여자를 말합니다. 주로 정치/정책 관련, 사회문제 등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토론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말이나 어투에 극단적인 표현이 나타나며 흥분하기도 합니다. 다른 의견이 있는 참여자들이 위축되어 발언을 포기하거나 변형할 수 있습니다.
3) 타인 의견에 도전하는 경우
특정한 타인을 지적하면서 반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경우로 사실이나 논리가 잘못됐다고 하거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입니다. 타인이 발언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방해하기도 하며, 타인 의견을 감정적으로 평가하며 면박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발언자는 위축되어 발언을 축소하거나 철회하기도 합니다.
4) 전문가임을 드러내는 경우
자신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 또는 고관여자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직업이나 학력 등 자신의 배경을 공공연히 발언하면서 자신의 의견에 권위를 높이려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발언하면서 자신만의 정보를 높이면서 자신의 의견이 맞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참여자들이 과도하게 신뢰하면서 포커스 그룹의 토의 방향을 편향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빅 마우스의 문제점 – 부정적인 상호작용
모더레이터가 빅 마우스 참여자들을 통제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원활한 포커스 그룹의 진행을 위함이 당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인터뷰나 토론이 되고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그럴듯한 의견이 빅 마우스 참여자로부터 제시되고 참여자 모두가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설익고 미흡한 의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여러 방향으로 나오는 의견들이 더 좋습니다. 특히 상호작용 효과에 의해 개발된 의견이라면 포커스 그룹의 효과가 발휘된 의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빅 마우스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관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첫째, 다른 사람들을 위축시킵니다. 단정적이거나 흥분된 발언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참여자들을 위축시킴으로써 다른 의견이 생산되지 못합니다. 편한 상태에서 발언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필 바에는 차라리 발언을 포기하려는 속성이 증가합니다.
둘째, 논의의 방향성을 독점하게 됩니다. 아주 강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발언의 양이 많아지거나 개인의 판단이 그럴듯하게 보이면 다른 참여자들은 부지불식 간에 동의하거나 제시된 방향으로 사고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판단하려 하거나 빅 마우스 참여자 의견을 의심하려는 노력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빅 마우스로 인해 판단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빅 마우스가 말한 논리가 내적으로 타당해 동의한다고 해도 빅 마우스가 잘못된 정보를 가져왔거나 뜻하지 않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참여자들의 정보나 판단은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오류보다 타인의 오류로 인한 판단은 정보의 획일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보다 큰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빅 마우스의 문제는 포커스 그룹 내의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성을 부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끈다는 데 있습니다. 타인의 발언이 내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 상호작용이지만, 그 정도가 과해서 개인의 숙고나 판단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상호작용 효과의 부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빅 마우스의 통제 – 모더레이터의 적극적인 개입
모더레이터가 특정한 참여자를 빅 마우스로 판단했다면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를 강력하고 단호하게 개입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빅 마우스 통제 필요성을 판단하는 순간부터 해당자 관찰 단계를 높이고 낮은 수위부터 단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고 참았다가 마지막에 직설적으로 통제하는 것보다 초기부터 눈치 주기, 견제 멘트, 규범 및 가이드 안내 등 초기 개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초기부터 해당 당사자의 견제 목적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주위 환기의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빅 마우스 통제 방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눈치 주기) 당사자와 눈 맞춤을 회피함, 다소 지루하다는 표정, 의심하는 표정 등
(눈치 주기) “뒤에 여쭈어볼 것까지 모두 말씀해 주셨네요.”
(견제 멘트) “오~ 그렇게 생각하세요? 진짜 그럴까요?”
(견제 멘트) “너무 극단적이지 않을까요?”
(견제 멘트)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견제 멘트) “좀 다른 의견도 들어볼까요?”
(규범 및 가이드 제시) “FGI는 다른 사람 의견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곳입니다.”
(규범 및 가이드 제시) “획일된 이견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이 더 좋습니다.”
(규범 및 가이드 제시) “다른 분 발언하실 때 끼어드는 것은 안 됩니다.”
(끊기) “네, OO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끊기) “OO님 의견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다른 분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위와 같은 개입과 통제 방법도 있습니다만, 모더레이터가 보다 효과적으로 빅 마우스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순서 지적과 대항 발언 유도가 있습니다. ‘순서 지적’은 빅 마우스 참여자의 발언 순서를 모더레이터가 지정하는 방법입니다. 즉, 다른 참여자들에게는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주지만 빅 마우스 참여자에게는 모더레이터가 발언권을 허용해야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처음이나 중간에 안내 및 양해를 구하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별도의 양해 없이 통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여자들의 발언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가장 적극적인 개입 방법으로 빅 마우스 통제 효과는 매우 높습니다.
‘대항 발언 유도’는 빅 마우스 참여자의 논의 흐름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모더레이터가 의도적으로 반대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참여자들로 하여금 빅 마우스 의견과 다른 의견을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참여자들의 논의 범위를 확장시키거나 특정 영역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순서 지적) “다른 분들의 의견을 먼저 듣기 위해 OO님은 마지막에 발언 부탁드립니다.”
(순서 지적) “죄송하지만 OO님은 제가 발언 요청할 때 말씀해 주세요.”
(대항 발언 유도) “OO님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의하지 않는 분 말씀 들어볼까요?”
(대항 발언 유도) “정말 그럴까요? AA님은 다르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순서 지적과 대항 발언 유도는 빅 마우스 참여자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차원에서의 모더레이팅이기도 하지만, 포커스 그룹 참여자 전체의 상호작용성을 요구하는 모더레이트 방법이기도 합니다. 모더레이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빅 마우스 참여자의 기분이 상하거나 반발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모더레이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를 적절히 가려내고 통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