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포커스 그룹 인터뷰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들과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가이드라인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는 ‘큐시트’입니다. 이는 연구 및 조사의 목적을 위해 충분하고 효과적인 진행을 돕는 소통 도구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덧붙입니다.
정보 수집과 문제 해결의 균형감을 갖고 작성해야 합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가이드라인 작성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오류 중 하나는 ‘당연한 질문’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전자제품 개발을 위한 소비자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때, 최근 구매 제품에 대한 구입 또는 이용 행동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을 과도하게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소비자 특성이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구매나 이용 행동을 묻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포커스 그룹에서는 그저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왜 그렇게 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언제 구매하셨나요?”, “어디서 구매하셨나요?”, “일주일에 몇 번 이용하시나요?” 같은 질문은 필요한 경우 사전 질문 등을 통해 확인하고, 본 인터뷰에서는 “3년밖에 사용하지 않은 세탁기를 왜 교체하셨나요?”, “온라인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구매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탁기를 매일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등, 동기나 태도, 욕구와 의도를 드러낼 수 있는 질문이 적절합니다. 표면적인 질문보다 더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연한 포커스 그룹 진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설문조사와 달리, 질문과 답변, 그리고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이 정형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미리 정해진 질문만으로 인터뷰를 완전히 소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질문 기법 중 하나인 ‘프로빙(probing, 캐어 묻기)’은 참여자의 답변에 대해 의도, 배경, 태도, 향후 행동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관련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모두 가이드라인에 사전에 포함시킬 수 없으며, 사회자인 모더레이터가 인터뷰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이어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모더레이터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구조로 작성되어야 하며, 예상 가능한 반응에 따라 세부 질문을 모두 나열하기보다는 핵심 키워드나 조사 방향을 제시해 모더레이터가 그때그때 적절히 연상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가이드라인에 질문과 테스크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면 안 됩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때 질문이나 테스크가 지나치게 많으면, 모더레이터는 심층적인 질문보다는 주어진 내용을 빠르게 소화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참여자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져 표면적인 답변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더레이터 입장에서 질문과 테스크가 많다고 느껴진다면, 적극적으로 분량을 줄이고 내용을 정리해야 합니다. 두 그룹 이상을 진행할 경우, 첫 번째 그룹이 끝난 뒤 랩업 미팅을 통해 질문의 양과 시간 배분을 점검하는 것도 매우 유익합니다. 물리적인 시간보다도 모더레이터가 느끼는 체감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리서처로서 처음 조사 업무를 배울 때, 선배는 항상 설문지를 작성한 후 면접원 입장에서 직접 몇 번이고 읽어보거나 실제 설문을 받아오게 했습니다. 머리로 작성한 설문은 실제 환경에서 청자가 받아들이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설문 환경에서의 반응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철학이었습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으로 연구자가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더레이터의 입장이 되어 실제 포커스 그룹을 구성해 질문하고 테스크를 수행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아야 합니다. 내가 작성한 질문을 눈으로 읽는 것과 실제로 말하고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참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를 예측하며 그에 맞춰 추가 질문을 다시 구성하는 반복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투사법 등 테스크를 포함할 경우에는 테스크 설명, 예시 제시, 도구 준비, 수행 방식, 수행 후 피드백 등 다양한 보이지 않는 단계들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가이드라인은 진행 중에도 큰 도움이 되며, 인터뷰 이후 분석과 보고서 작성 시에도 매우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참여자를 고려하면서 작성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진행자인 모더레이터를 위한 지침서입니다. 일반적으로 참여자에게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질문자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참여자의 반응과 태도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이끌어야 하므로, 가이드라인에서 참여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질문은 참여자의 반응과 태도를 예측하면서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모더레이터와 참여자,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 효과가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